[Saul Leiter by Francois Halard]

2015년 겨울, 인테리어 사진계 거장 Francois Halard는 자신의 친구 Suzanne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됩니다. 뉴욕 이스트빌리지 10번가에 새로 구매한 아파트를 촬영하러 오라는 전화였죠. Halard는 자신의 집에서 불과 몇 걸음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그곳을 찾아갔고, 거기서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. Suzanne이 구매한 이웃집이 다름 아닌 미국의 대표 사진가 Saul Leiter가 살았던 아파트이자 스튜디오였다는 것을 말입니다.

<Saul Leiter by Francois Halard>는 Saul Leiter가 생전에 거주했던 아파트 내부를 Halard가 촬영한 사진집입니다. Leiter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아파트의 모습은 뉴욕의 겨울처럼 차갑고 오래된 사진처럼 바랬습니다. 그럼에도 공간에서 은근한 온기가 느껴지는 건 곳곳에 남겨진 Leiter의 흔적들 덕분입니다. Leiter가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커피를 마시던 나무 의자, 영롱한 달처럼 떠 있는 ‘Noguchi’ 조명들, 한쪽 벽을 가득 메운 그림과 사진, 여기저기 묻어 있는 물감 자국, 사용 기한이 지난 필름, 그리고 그의 카메라까지. 남겨진 흔적들은 Halard의 시선을 거쳐 우리로 하여금 그의 지난 삶을 그려보게 합니다.

Halard는 1년 뒤 Leiter의 집에 다시 찾아갑니다. ‘Saul Leiter Foundation’에서 Leiter의 집에서 촬영된 여성들의 흑백 누드 사진과 그가 그린 수채화의 원본들을 촬영하도록 허락했기 때문이죠. 그 덕에 <Saul Leiter by Francois Halard>에는 Leiter의 작품들까지 담기게 되었으며, 어디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그의 습작 노트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.

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두 사진가의 운명적 만남, 이를 통해 완성된 한 권의 책 <Saul Leiter by Francois Halard>를 감상하며 Leiter의 지난 삶을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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